미래에셋페이 이용후기 // 지난 글
우리는 때때로 ‘익숙함’과 ‘편함’을 동일 선상에 둔다. 깊게 따지면 익숙한 것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적응하여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편한 것은 그 자체로 쉽고 편리한 것을 의미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익숙함에 가깝다.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불편사항은 개선을 포기하고 적응하여 관성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적응해버린 불편사항 중 커다란 것 하나를 꼽자면 애플페이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사용할 수 없는 기능으로 아이폰 사용자들은 결제 시 현물 카드를 이용하거나 QR을 띄워서 결제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불편에 익숙한 나에게 ‘미래에셋페이’를 베타테스트 해볼 기회가 찾아왔다. 아이폰의 NFC를 이용하는 결제 시스템으로, 카드를 등록하여 아이폰을 태그하면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편함으로 나아가는 순간인가 싶었다.

걸어서 5분~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내가 구태여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사무실을 나와 가까운 커피빈 매장에 들렀다.

전 날 미리 등록했다.
앱을 실행한 뒤 미리 등록해둔 카드를 선택하고

난 개인적으로 주황색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주황색 NFC 태그에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아이폰을 가져다 대면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된다.
(사용한 기종은 아이폰 8+ 인데, 폰 윗부분을 가져다 대야 결제가 됐다.)

금세 나온 모카라떼 (왠지 애플페이를 사용한 것 같아 사과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
미래에셋페이를 이용하여 구매한 모카라떼에서는 ‘익숙한’ 맛이 났다.
일단 장점 첫 번째는 상당히 빠르다는 것.
여러 NFC 태그 통신 기능이 그렇듯, 내가 정확히 태그했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뭔가 휘리릭 처리되고 기쁜 어투로 적어둔 ‘완료되었습니다’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쁘지 않은 보안이다. 일반 사용자가 은근히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간편결제 시스템은 항상 보안 이슈를 달고 다닌다. 결제 정보는 중요한 정보로, 타인에게 쉽게 넘어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NFC는 보안성이 나쁘지 않은 정보통신 방식이다. 또한 Wifi를 연결해둔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결제를 할 수 없도록 막고 보안상의 이유임을 표기했으니

나름 나쁘지 않은 해결책인 것 같다.
세 번째는 아이폰의 자체 NFC를 이용하지만 애플 계정이나 애플 결제수단과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서, (시스템상 그럴 수밖에 없지만)

121212가 기분좋다.
그냥 내가 내 카드 쓰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이게 어떤 부분에서 장점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주 결제 카드를 하나로 사용하는 데다 모든 결제내역을 문자와 알림 앱으로 직접 확인하는 나에게는 여러 경로를 통해 복잡하게 섞여 오는 결제 알림을 보는 것이 매우 귀찮기 때문이다.
단점 첫 번째는 결제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정식 서비스 단계는 아니지만, 별도의 NFC 태그를 매장에 갖춰야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애플페이와 다르지 않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애플페이가 가진 문제점과 같이 NFC 단말기를 어떻게 보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즉 바코드, QR코드 등 여러 가지 결제 시스템을 통해 지갑이나 현물 카드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이미 구축이 되어있고, NFC 결제 기능이 하나 추가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이것은 이 앱의 단점보다는 국내 간편결제 시스템 보급과 수수료 등 어른의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는 호환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호환성이란 iOS와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을 의미한다. iOS는 상당히 제한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위젯이나 슬라이드를 통한 단축 메뉴, 손쉬운 기능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메뉴가 상당수 제한되어 있다. 제어 센터에 NFC 태그 리더기를 배치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직접 결제를 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연동되더라도 강제로 미래에셋페이를 켜고 카드를 선택, 결제 비밀번호를 누르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앱을 직접 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작이라 편리함과는 거리가 있다.
세 번째는 이름이다.
뭐 편하기만 하면 앱 이름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이폰은 특유의 ‘감성’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의 앱 이름은 너무나도 길고 적나라하여 배경화면의 ‘감성’을 파괴한다.

너무 길다. (위쪽 앱들은 가렸다.)
지금의 아이콘과 이름은 국내 은행이 제공하는 수많은 앱과 오버랩되는 느낌이 든다. 이래선 안 된다…
정리하자면, 국내 시장에 원활히 보급되어 사용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간편 결제 시스템이 하나 추가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아이콘과 이름은 꼭 개선해주면 좋겠다.
이 상태 그대로 둔다면 또 다른 행동에 ‘익숙’해질 뿐 결코 ‘편’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애플 페이가 여전히 국내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차치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보려 하는 시도는 꽤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방법을 찾다 보면 ‘편’해지는 날이 올지도…?